감자채볶음을 할 때는 썬 감자를 물에 담갔다가 볶는데, 강판에 간 감자전은 물에 헹구지 않고 그대로 부칩니다. 같은 감자인데 손질이 다른 이유는 전분 때문입니다. 기준은 간단합니다. 바삭하고 아삭하게 만들 요리는 겉 전분을 빼고, 재료끼리 붙어야 하거나 국물이 걸쭉해야 하는 요리는 전분을 남깁니다. 요리별로 표에 정리했습니다.

감자를 썰면 잘린 면에 하얀 전분이 묻어 나옵니다. 전분은 열을 받으면 물을 머금고 풀처럼 끈적해지는 성질이 있어서, 이 상태로 팬에 올리면 채끼리 엉겨 붙고 겉이 눅눅하게 익기 쉽습니다. 반대로 이 끈기가 꼭 필요한 요리도 있습니다. 감자전 반죽을 하나로 붙여 주고, 조림 양념을 감자 겉에 엉기게 하고, 카레 국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것도 이 전분입니다. 그래서 물에 담글지 말지는 요리가 바삭함을 원하는지, 끈기를 원하는지로 정하면 됩니다.
감자채볶음과 감자채전은 전분을 빼야 바삭합니다
채 썬 감자는 잘린 면이 많아 겉 전분도 그만큼 많습니다. 썰자마자 찬물에 담그면 물이 금세 뿌옇게 변하는데, 이게 빠져나온 전분입니다. 물을 한두 번 갈아 주며 헹구면 볶을 때 채가 덜 엉기고 아삭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같은 감자전이라도 채 썰어 부치는 감자채전은 이쪽입니다. 전분을 빼야 채가 떡지지 않고 가장자리까지 바삭하게 구워집니다. 고구마 맛탕도 썬 고구마를 물에 담갔다가 튀기면 조각끼리 덜 달라붙습니다.

감자튀김은 미리 담가 두면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감자튀김을 집에서 만든다면 썬 감자를 물에 담가 두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 보세요. 겉 전분이 빠져 더 바삭해질 뿐 아니라, 고온에서 튀길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도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영국 식품 연구기관 연구진이 실험해 보니 튀기기 전에 물에 헹구기만 해도 최대 23%, 30분 담그면 최대 38%까지 줄었습니다. 다만 이 효과는 밝은 황금색으로 튀겼을 때 확인된 것이라,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오래 튀기지 않는 것도 함께 지키는 게 좋습니다.

강판 감자전과 조림, 카레는 전분을 남기세요
강판에 간 감자전은 전분이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간 감자를 체에 받쳐 물기를 짜내고 그 물을 잠시 두면 바닥에 하얀 앙금이 가라앉습니다. 윗물만 조심스럽게 따라 버리고 바닥의 전분은 다시 반죽에 섞어 주세요. 이 전분을 버리면 반죽이 잘 뭉치지 않아 부치다가 부서지기 쉽습니다. 감자조림이나 카레, 감자 그라탕처럼 양념이나 소스가 감자에 엉겨 붙어야 맛있는 요리는 오래 담글 필요가 없습니다. 국물이 너무 탁해지는 게 싫다면 겉만 가볍게 헹구는 정도면 충분하고, 남은 전분이 국물을 자연스럽게 걸쭉하게 만들어 줍니다.

물에 담갔다면 물기부터 닦으세요
물에 담근 감자는 조리하기 전에 키친타월이나 면포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야 합니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팬의 온도가 떨어져 덜 바삭해지고, 튀김이라면 뜨거운 기름이 튀어 위험합니다. 감자를 미리 깎아 둘 때도 물이 도움이 됩니다. 깐 감자는 공기에 닿으면 색이 회색이나 분홍빛으로 변하는데, 찬물에 완전히 잠기게 담가 두면 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몇 시간 정도는 그릇째 두어도 되고, 하루 가까이 두어야 한다면 물과 함께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으세요. 어느 쪽이든 깐 감자는 24시간 안에 조리하는 게 좋습니다. 물 밖으로 나온 부분은 변색되니 감자가 다 잠기도록 물을 넉넉히 붓고, 담가 둔 물에서 냄새가 나거나 감자 표면이 미끈거리면 버리세요.
오늘 저녁 감자 요리를 한다면 썰기 전에 먼저 정해 보세요. 바삭하게 먹을 요리라면 찬물 한 그릇을 옆에 두고, 붙여야 하거나 자작하게 끓일 요리라면 물 없이 바로 냄비로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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