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일직면의 작은 시골 교회 종탑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남아 있습니다. “새벽 종소리는 가난하고 소외받고 아픈 이가 듣고, 벌레며 길가에 구르는 돌멩이가 듣는데, 어떻게 따뜻한 손으로 칠 수 있느냐.” 이 교회 문간방에 살며 추운 겨울 새벽에도 맨손으로 종을 친 종지기가 바로 『강아지똥』과 『몽실 언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입니다.

사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권정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났습니다.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집안은 가난했고, 그는 어린 나이부터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가게 점원으로 떠돌며 일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떠도는 사이 얻은 병은 평생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교회 문간방에서 나온 『강아지똥』

1967년, 서른 살의 권정생은 안동 일직면 조탑리에 자리를 잡고 일직교회 문간방에 살며 종을 치는 종지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1969년, 바로 그 방에서 쓴 동화 「강아지똥」으로 제1회 기독교아동문학상을 받으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강아지똥』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길가의 강아지똥이 민들레꽃을 피우는 거름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도 제 몫이 있다는 이 짧은 이야기는 이후 그림책으로도 나와 지금까지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맨손으로 새벽종을 친 『강아지똥』 작가, 권정생 이야기

책이 팔려도 넓히지 않은 흙집

『강아지똥』에 이어 『몽실 언니』까지 그의 책은 널리 읽혔고 인세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마을 언덕 아래 작은 흙집에서 검소하게 살았고, 그 집을 끝까지 넓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서른 살 무렵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교회 종지기로 살았습니다.

맨손으로 새벽종을 친 『강아지똥』 작가, 권정생 이야기

마지막 부탁, 책값은 어린이에게

권정생은 2007년 5월 17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유언장에 자신의 책에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들, 특히 북녘 어린이들을 돕는 데 써 달라는 뜻을 남겼습니다. 그 뜻에 따라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세워져 그의 유산과 인세를 관리하며 어린이를 돕는 일을 이어 왔습니다.

유골은 그가 살던 흙집 뒤 빌뱅이 언덕에 뿌려졌습니다. 맨손으로 새벽종을 치던 종지기의 작은 흙집은 지금도 안동 일직면 조탑리 언덕 아래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맨손으로 새벽종을 친 『강아지똥』 작가, 권정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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