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4월 19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한국은 단 세 명의 선수만 보낼 수 있었습니다. 나라가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감독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었습니다.

1950년 보스턴 마라톤 한국 선수단
1950년 보스턴 마라톤 한국 선수단 (당시 신문 사진)

세 명이 만든 1·2·3위

경기 당일, 최윤칠은 신경통과 경련을 안고 뛰었습니다. 손기정은 훗날 그의 투지가 나머지 둘을 끌어올렸다고 회고했습니다.

결과는 1위 함기용, 2위 송길윤, 3위 최윤칠. 한국 선수가 1·2·3위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3년 전인 1947년 서윤복의 우승에 이은, 보스턴에서의 두 번째 한국인 우승이었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함기용
1950년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의 함기용

고국에 돌아온 세 사람을 수만 명이 거리에서 맞았습니다.

두 달 뒤, 전쟁

그리고 그해 6월 25일, 전쟁이 났습니다. 우승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들은 모두 취소됐습니다.

함기용은 피란길에 오르며 우승 번호표를 동대문운동장에 두고 떠났습니다. 휴전 뒤 돌아왔지만, 번호표는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동대문운동장 항공사진
동대문운동장(2005년). 사진: 서울시 사진기록화사업, CC BY 2.0 KR

이듬해 보스턴은 한국 선수를 받지 않았습니다. 보스턴 육상협회(B.A.A.) 회장 월터 브라운은 "그곳에서 전쟁이 계속되는 한 한국 선수의 출전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윤칠은 훗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해 우리가 1, 2, 3위를 석권한 게 실수였다."

54년 뒤의 축하

그리고 54년이 지난 2004년 무렵, 함기용의 고향 춘천에서 그날의 우승을 기념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이 미뤄 둔 축하가, 반세기를 넘겨 고향에서 이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