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지면 따뜻한 죽 한 그릇이 생각납니다. 조선 왕실에도 겨울이면 챙겨 먹던 죽이 있었는데, 바로 쌀을 곱게 갈아 우유로 끓인 타락죽입니다. 재료는 쌀과 우유, 소금이 전부라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릇에 담긴 하얀 타락죽을 위에서 본 모습
쌀을 곱게 갈아 우유로 끓인 타락죽. 사진: Ajumeoni / Wikimedia Commons (CC0)

타락죽이란? '타락'은 우유를 뜻하는 옛말

타락죽의 '타락(駝酪)'은 우유를 가리키던 옛말입니다. 몽골어에서 들어온 말로 알려져 있고, 그래서 타락죽은 우유죽이라고도 부릅니다.

지금은 흔한 우유지만, 조선 시대에는 아주 귀한 식재료였습니다. 젖소가 드물었고 우유를 오래 보관할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락죽은 왕실과 일부 양반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우유

왕에게 올리던 겨울 보양식

타락죽은 수라간이 아니라 왕의 건강을 돌보던 내의원에서 만들었습니다. 음력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왕에게 올렸고, 왕이 일어나 처음 먹는 가벼운 아침상인 '초조반'에 잣죽, 흑임자죽과 함께 오르던 대표적인 죽이었습니다. 나이 든 신하들에게도 내려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한식 연구자인 차경희 전주대 교수는 조선 왕실 기록인 『승정원일기』에 타락죽이 287번이나 등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병이 난 뒤 약으로 고치기보다, 평소 음식으로 몸을 돌보는 '식치(食治)'의 대표 음식이었던 셈입니다.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 등장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타락죽 만드는 법 (정석)

옛 조리서 『규합총서』에도 만드는 법이 남아 있습니다. 불린 쌀을 곱게 갈아 먼저 끓이고, 여기에 우유를 조금씩 넣어 약한 불에서 저어 가며 익히는 방식입니다. 쌀물보다 우유를 더 많이 넣으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 집에서 만들기 쉽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그릇에 담긴 쌀

재료 (2인분)
쌀 1/2컵, 물 1컵, 우유 2컵, 소금 약간, 꿀(선택)

  1. 쌀 불리기: 쌀을 씻어 2시간 이상 물에 불립니다.
  2. 곱게 갈기: 불린 쌀과 물 1컵을 믹서에 넣고 곱게 갑니다. 입자가 고울수록 부드럽습니다.
  3. 쌀물 끓이기: 냄비에 붓고 중약불에서 바닥을 긁듯 저으며 걸쭉해질 때까지 끓입니다.
  4. 우유 넣기: 불을 약하게 줄이고 우유를 조금씩 나눠 넣으며 계속 저어 줍니다. 한 번에 부으면 덩어리지기 쉽습니다.
  5. 간하기: 원하는 농도가 되면 소금으로 살짝 간하고, 단맛을 원하면 꿀을 곁들입니다.
💡
실패하지 않는 팁: 우유를 넣은 뒤에는 절대 센 불로 끓이지 마세요. 우유가 넘치거나 바닥에 눌어붙고, 표면에 막이 생깁니다. 약한 불에서 쉬지 않고 젓는 게 전부입니다.
도자기 그릇에 담긴 완성된 타락죽
완성된 타락죽은 묽은 미음보다 조금 되직하고 매끈합니다.

찬밥으로 10분 만에, 간단 우유죽

쌀을 불릴 시간이 없을 때는 남은 밥으로도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1. 찬밥 1공기와 우유 1과 1/2컵을 믹서에 넣고 살짝 갈아 줍니다. 밥알이 조금 남아 있어도 괜찮습니다.
  2. 냄비에 붓고 약한 불에서 저어 가며 5~7분 끓입니다. 너무 되직하면 우유나 물을 조금 더 넣습니다.
  3. 소금으로 간하고, 취향에 따라 꿀이나 잣, 견과류를 올립니다.

아침 식사로도 좋고, 속이 편한 음식을 찾을 때 부담 없이 먹기 좋습니다. 다만 우유가 잘 맞지 않는 분은 소화가 편한 락토프리 우유로 바꿔 만들어 보세요.

마치며

조선의 왕이 겨울을 나며 먹던 죽을, 지금은 냉장고 속 우유와 쌀만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올겨울 첫 추위가 오면 따뜻한 타락죽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