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게 있습니다. "이거 올려도 될까?" 하고 물어볼 사람이요. 예전엔 옆자리 동료가 "제목이 좀 약한데요", "이 숫자 맞아요?" 하고 한마디씩 거들어 줬는데, 혼자가 되면 그 한마디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AI로 그 자리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콘텐츠 긴급회의'입니다.

회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탁에 고정 위원 열두 명이 앉습니다. 전문가 위원이 다섯 명(디자인 이사, 브랜드 디자인 팀장, 릴스 크리에이터, 100만 인스타그래머, 소셜 대행사 대표)이고, 독자 위원이 일곱 명입니다. 독자 위원은 제 채널을 실제로 보는 분들을 떠올려 정했습니다. 40대 맞벌이 엄마, 50대 직장인 아빠, 살림 고수 주부, 30대 신혼, 20대 자취생, 정리가 귀찮은 사람, 그리고 꼭 한 명은 있어야 하는 꼬투리 잡는 의심형 시청자까지요. 대표석은 따로 비워 둡니다. 마지막 한 표는 제가 직접 던지기 위해서입니다.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이미지와 글을 회의에 올리면, 위원마다 네 가지를 내놓습니다. 올림 또는 보류, 10점 만점 점수, 그렇게 판단한 이유, 그리고 보류라면 "이걸 바꾸면 올림"이라는 조건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핵심입니다. 그냥 "별로예요"로 끝나면 고칠 수가 없는데, 조건을 말하게 하면 그게 곧 수정 목록이 되거든요.
회의를 건너뛰고 올린 날, 3 대 9
얼마 전 이 회의를 거치지 않고 한 장짜리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혼자서 여러 채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여 주는 관제판 화면이었는데, 반응이 조용했습니다. 뒤늦게 같은 게시물을 회의에 올려 봤더니 결과는 올림 3표, 보류 9표였습니다.


50대 직장인 아빠 위원은 "노안이라 그런지 가운데 표 글씨가 하나도 안 보여요"라고 했고, 40대 맞벌이 엄마 위원은 "대단한 건 알겠는데, 이걸 보고 저는 뭘 따라 하면 되는지가 없어요"라고 했습니다. 의심형 위원은 제목에 쓴 숫자와 해시태그의 숫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까지 짚어 냈습니다. 하나도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올리기 전에 들었으면 좋았을 말들이었죠.
반대로 이 회의 덕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아침 소식 카드를 준비하던 날, 의심형 위원이 행사 이름이 공식 명칭과 다르고 역사 속 사건의 장소 서술이 틀렸다고 짚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맞는 지적이었고, 게시 전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긴급회의 세팅하는 법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처음 한 번 위원을 정해 두고, 그다음부터는 같은 위원에게 계속 묻는 게 요령입니다. 위원이 매번 바뀌면 점수끼리 비교가 안 되거든요. 위원은 전문가와 독자를 섞되, 독자 쪽은 내 콘텐츠를 실제로 보는 사람들로 채우세요. 그리고 의심 많은 사람을 꼭 한 명 넣으세요. 팩트 오류는 대부분 이 자리에서 잡힙니다.
아래 문장을 AI 채팅창에 붙여 넣고, 올리려는 이미지와 글을 함께 주면 됩니다. 괄호 안은 내 상황에 맞게 바꾸세요.
너는 게시 전 검토 회의 '콘텐츠 긴급회의'의 진행자야.
아래 위원 12명이 각자 독립적으로, 캐릭터에 맞는 말투로 평가해 줘.
[전문가 위원 5명]
1. 디자인 이사 2. 브랜드 디자인 팀장 3. (내 분야) 크리에이터
4. (내 플랫폼) 인플루언서 5. 마케팅 대행사 대표
[독자 위원 7명] — 내 채널을 실제로 보는 사람들
6~11. (예: 40대 맞벌이 엄마, 50대 직장인 아빠, 20대 자취생 …)
12. 꼬투리 잡는 의심형 시청자 (사실관계·숫자·앞뒤 모순을 집요하게 확인)
[각 위원이 낼 것]
- 판정: 올림 / 보류
- 점수: 10점 만점
- 이유: 그 사람 말투로 1~2문장
- 보류라면 "이걸 바꾸면 올림" 조건 한 줄
칭찬 위주로 하지 말고, 폰 화면에서 실제로 보이는 그대로 판단해 줘.
마지막에 "올림 n표 : 보류 m표"와 고칠 것 우선순위 3개를 정리해 줘.
[안건] (이미지 첨부 + 게시글 붙여 넣기)결과를 받은 뒤 "이 회의 결과를 원탁 회의실처럼 보이는 웹페이지로 만들어 줘"라고 한 번 더 부탁하면, 위 사진처럼 위원들이 둘러앉은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페이지를 계속 고쳐 쓰면서 회의 기록을 쌓고 있습니다.
AI 회의를 쓸 때 주의할 점
위원들은 진짜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점수 자체를 믿기보다 "이걸 바꾸면 올림"이라는 조건을 고칠 거리 목록으로 쓰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제가 미리 "이 부분이 약한 것 같은데"라고 말해 버리면 위원들이 그 방향으로 쏠립니다. 회의에는 게시물만 주고 판단은 맡기세요. 마지막 결정은 언제나 대표석, 그러니까 나의 몫입니다.
혼자 일한다고 물어볼 자리까지 없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없으면, 물어볼 자리를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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