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자체 브랜드 제품(PB, Private Brand)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싸니까 사는 제품'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좋아서, 합리적이어서' 고르는 시대다.

글로벌 소비자 인텔리전스 기업 닐슨아이큐(NIQ)가 6월 10일 발표한 ‘2025 PB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의 77%가 PB 제품을 일반 브랜드의 대체재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다”는 이유로 구매한다는 응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리포트는 여기서 볼수 있다: NIQ 소비자 동향 보고서

편의점 PB는 쑥쑥, 대형마트 PB는 하락세

이마트24는 ‘상상의끝’과 ‘상상의힘’ 시리즈를 통해 ‘가성비’와 ‘트렌드’를 동시에 겨냥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1900원 김밥, 연탄케이크 등 실속과 재미를 더한 상품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이마트24는 편의점의 판을 바꾸고 있다.

이마트24의 상상의끝 / 사진=신세계그룹 뉴스룸

이마트24는 ‘저렴한 가격’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손 MD는 “얼마든지 저렴한 가격대로 상품을 낼 수는 있지만,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상품의 원재료는 다양한 협력사로부터 받아 비딩을 통해 단가를 낮추되, 품질은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번 리포트는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의 일상소비재 판매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오프라인 전체 소비재 시장이 1.2% 역성장한 가운데, PB 제품은 오히려 1.6% 성장세를 기록했다. 채널별로는 편의점 PB가 전년 대비 11.2% 성장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체인 슈퍼에서도 3.1%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 PB는 3.8% 하락했으며, 온라인 채널 역시 11.9%의 전체 성장에도 불구하고 PB만은 0.7% 역성장을 기록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편의점에서는 닭가슴살을 중심으로 한 신선가공 PB 제품이 전략 상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닭가슴살 PB는 전년 대비 무려 208.6%의 고성장을 기록했으며, 이는 제조사 브랜드에 버금가는 매출 수준이다. 단순히 ‘저렴한 대체품’이 아닌,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군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PB 전략은 이제 ‘브랜드 전략’

유통업계도 PB에 대한 전략을 재정의하고 있다. 기존의 ‘가격 경쟁 수단’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제품 확대, 계열사 간 PB 통합, 브랜드 리뉴얼 등을 통해 브랜드 경험 자체를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NIQ 리테일 부문 박춘남 전무는 “PB는 품질과 차별화된 기획을 통해 소비자에게 우선 선택지로 자리잡았다”며, “가성비를 넘어, 소비자 마음속의 기대와 니즈를 선점하는 브랜드 경험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의 PB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유럽 주요 국가의 PB 비중은 전체 시장의 30~50%에 달하지만, 한국은 아직 4% 수준이다.

그러나 NIQ는 “PB의 품질과 제품 다양성만 확보된다면,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소비자 중 69%는 “PB가 가성비가 좋다”고 평가했으며, 60%는 “PB 제품 구색이 다양해지면 더 많이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PB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는 숫자와 흐름으로 증명되고 있다. 과거 ‘싸서 사는’ 제품이었던 PB는 이제 ‘믿고 사는’ 합리적 소비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가격에서 ‘경험’과 ‘품질’로 이동하고 있는 지금, 유통업계가 어떤 PB 전략으로 응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