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미티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오르티세이만큼 알짜배기 베이스캠프는 드물다. 이 작은 마을 하나로 세체다, 라시엔사, 알페 디 시우시—세 곳의 유명한 고산 풍경을 모두 품을 수 있기 때문.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여유롭게 나와도, 걸어서 10분이면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할 수 있다. 정말 말 그대로, ‘눈으로 쌓인 고산으로 직행하는 동네’다.

첫 번째 목적지는 세체다. 케이블카 두 번이면 순식간에 해발 2,500미터대 고지에 닿는다. 정상에 오르면, TV에서나 보던 ‘수직 절벽’ 같은 돌로미티 능선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 웅장함. 자연이 만든 거대한 조형물 같은 풍경에 말이 안 나온다. 등산화를 신고 트레킹을 해도 좋고,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꽤 근사한 하루가 된다.
다음은 라시엔사. 조금 더 한적하고, 조금 더 현지인 느낌이 묻어나는 이 루트는 푸니쿨라(산악열차)를 타고 올라가는데, 경사가 꽤 가팔라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독특하다. 라시엔사 정상에서는 오르티세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이게 또 의외로 감동 포인트다. 발 아래 펼쳐진 초록 마을과 멀리 이어지는 능선이 어우러지며, 마치 손 안에 풍경을 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알페 디 시우시. 유럽 최대의 고산 초원이라는 타이틀답게, 규모 자체가 남다르다. 잘 정돈된 초록 평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그 위를 걷는 기분이 묘하게 힐링된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걷다 보면, ‘아, 내가 진짜 산에 와 있구나’ 실감하게 된다. 카페나 레스토랑도 잘 정비돼 있어 무리 없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알페 디 시우시 전망대 카페로 들어가 메뉴판을 뒤적이다가 슈니첼을 발견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이런 메뉴를 만날 줄이야. 따뜻하고 바삭하게 튀겨진 돈가스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고, 그 자리에서 직접 반으로 잘라 나눠 담아보았다. 고기 특유의 풍미와 담백한 튀김옷, 그리고 별다른 소스 없이도 만족스러운 한 접시. 돌로미티 한복판에서, 예상치 못한 '돈가스 정식'이 우리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줬다.

오르티세이, 고산을 가장 쉽게 만나는 방법
오르티세이는 ‘고산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마을이라는 점.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숙소에서 나와 케이블카만 타면 매일 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여유롭게 머물면서 산과 초원을 하나씩 둘러보는 방식의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정에 여백을 만들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특히 잘 맞는다. 성수기만 피한 다면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조용한 것도 큰 장점이다.

눈으로만 담기엔 아까운 오르티세이. 여행 일정 중 하루쯤은 마음껏 숨 쉬고, 천천히 걷고, 그냥 풍경에 머무는 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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