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현천 산책로 한쪽에 흩어진 구조물이 서 있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따로 노는 조각들인데, 몇 걸음 옆으로 옮기면 어느 순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집니다. 전 스튜디오의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입니다. 서울 노원구 당현천에서 열린 빛조각축제 '2026 노원달빛산책: 새로운 달'에서 사진으로는 재미가 잘 전해지지 않던 작품입니다. 그림이 보이는 자리가 따로 있어서, 직접 걸으며 그 자리를 찾아야 제목이 왜 그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축제는 10월 16일부터 11월 8일까지 24일 동안 열렸습니다. 올해로 7회째였고, 7호선 중계역 가까운 당현1교에서 양지교까지 약 1.3km 하천 산책로를 그대로 전시장으로 썼습니다. 입장권 없이 무료였고, 불은 매일 오후 5시 30분에 켜져 밤 10시에 꺼졌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저녁마다 걷던 길에 국내 작가·공방 24팀이 만든 빛조각과 한지등, 미디어아트 30여 점이 섰습니다. 주제는 '새로운 달(New Moon, New Wishes)'이었고, 작품은 '뭇 생명을 위한 기도', '평화와 공존을 위한 바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바람' 세 갈래로 묶였습니다.
노원문화재단은 올해 규모를 키우거나 화려한 기술을 보태기보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에 힘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예전 축제에서 좋았던 작품을 다시 구성해 내놓은 것도 같은 생각에서입니다. 해마다 새 구조물을 세웠다가 철거하는 축제가 적지 않은데, 노원은 있던 작품을 다시 꺼내 쓰는 쪽을 골랐습니다.

산책로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전 스튜디오의 대표작 '기린'이었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한지, 조명으로 만든 510×155×540cm 크기의 상상 속 동물로,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같은 스튜디오의 신작 '도시와 달빛'은 불암산 모양 안에 아파트와 빌딩을 들여놓았습니다. 노원 사람이라면 날마다 보는 동네 풍경이 빛으로 다시 그려진 작품입니다.
그 밖에 산책로를 따라 만날 수 있던 작품은 이렇습니다.
- 김유석 '속삭이는 빛': 800×800×500cm 공기조형물에 LED 조명과 스피커를 더한 작품
- 김창겸 '시공의 단청': 전통 건축의 단청을 디지털 시공간으로 옮긴 미디어아트
- 김진우 '무중력': 2025년 의성 산불 피해 지역의 소나무에 당현천 공기 질을 감지하는 센서를 붙여, 자연이 입은 상처와 회복을 빛으로 풀어낸 작품
- 이길래 '삼지송 2015-1': 동파이프 조각을 이어 만든 소나무
- 엄혁용 '책 속에 품은 달': 책과 종이로 엮은 달
- 장세일 'STANDARD ANIMAL': 동물 형상에 현대인의 모습을 비춘 작품

작품 설명은 구민 도슨트인 '달빛해설사'가 맡았습니다. 매일 저녁 7시 30분이면 해설사와 함께 한 시간쯤 산책로를 걷는 달빛투어가 출발했고, 주말에는 당현천 바닥분수 근처에서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미술관 도슨트 대신 이웃이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는 축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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