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열린 특별한 대담. 세계적 석학인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들이 던진 주제는 바로 ‘평등’. 단순한 선언이 아닌, 지금 이 시대의 구조적 불평등을 직시하고 이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탐구하는 지적인 여정이었다.
이 대담을 바탕으로 한 책 《기울어진 평등: 부와 권력은 왜 불평등을 허락하는가》가 교과서 발행 부수 1위 기업 미래엔의 성인 단행본 브랜드 와이즈베리를 통해 4월 30일 출간됐다. 오늘의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격차 문제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매우 현실적인 사유를 제안하는 책이다.

‘평등’을 다시 말하다
《기울어진 평등》은 단지 불평등을 비판하거나 통계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다. 피케티와 샌델은 오늘날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 능력주의, 기본재의 상품화, 정치 권력의 불균형, 노동의 존엄성 상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짚어낸다.
능력주의는 더 이상 공정함의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다고 두 저자는 말한다. 개인의 노력이나 성과보다는 출발점의 차이가 성취의 크기를 결정짓는 사회 구조에서, 능력주의는 오히려 기존 계층 구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의료·주거 같은 삶의 기본조건들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일 때, 접근 가능성 자체가 자산 여부에 좌우되며 평등한 권리로서의 가치는 사라진다고 진단한다. 이를 피케티는 사회적 연대를 해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현실을 바꾸기 위한 구체적 해법들
《기울어진 평등》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진단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부유층에 대한 누진 과세 강화, 기본재에 대한 공공 투자 확대, 선거와 대입 제도에서의 추첨제 도입, 글로벌 조세 정의 실현 등이 있다.
두 저자는 특히 정치 권력 구조에 주목한다. 고학력·고소득 중심의 정치 참여 구조가 현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표성 회복을 위해 과감한 제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대입 전형과 선거에서도 추첨제와 비례 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며 다양한 계층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상품화와 사회적 분열
이 책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은 ‘삶의 상품화’다. 사람의 삶, 노동, 존엄마저 시장 가치로 환산되는 사회에서 공정함과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노동의 가치를 임금 수준이나 학위 유무로 판단하는 문화는 많은 이들의 사회적 존재감을 지우고, 그로 인해 계층 간 단절과 정체성 정치를 확산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소속과 출신 배경에 따라 경계짓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연대와 평등을 다시 세울 수 있다고 피케티와 샌델은 강조한다.
국경을 넘는 불평등,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불평등이 더 이상 한 나라의 내부 문제로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극대화하지만, 과세나 책임은 여전히 국가 단위에 묶여 있다. 이에 따라 두 저자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조세 회피 방지 협력, 국제주의 강화 같은 국제적 차원의 시스템 개편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기울어진 평등》은 격차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외면해온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책이다. 피케티와 샌델은 그 어떤 단어보다도 무거운 ‘평등’을 다시 꺼내 들며, 단순한 이상이 아닌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서의 평등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