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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쿼티 자판은 정말 느리게 치라고 만들었을까
- URL: https://www.sharehows.com/qwerty-keyboard-slow-typing-myth/
- Published: 2026-11-07T03:27:53.000Z
- Updated: 2026-11-07T03:27:53.000Z
- Description: 쿼티 자판이 타자 속도를 늦추려고 만들어졌다는 말은 근거가 약합니다. 교토대 연구, 드보락 실험의 뒷이야기, 두벌식의 역사를 따라가 자판을 바꿀지 판단해 봅니다.
- Author: 뉴스 큐레이션
- Tags: 테크

키보드 왼쪽 윗줄을 손가락으로 짚어 보면 Q, W, E, R, T, Y가 차례로 나옵니다. 왜 이런 순서냐고 물으면 "옛날 타자기가 엉키지 않게 일부러 느리게 치도록 만들었다"는 대답이 곧잘 돌아옵니다. 이 설명은 근거가 약합니다. 그리고 답이 어느 쪽이든 더 빨리 치고 싶다고 자판부터 바꿀 이유는 약합니다. 다른 자판이 확실히 빠르다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판을 바꿀지 상황별로 판단한 표](https://www.sharehows.com/content/images/2026/11/20261104_------_------_---.jpg)

자판을 바꿀지 상황별로 판단한 표

쿼티의 첫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습니다. 미국 위스콘신의 신문 편집자 크리스토퍼 숄스가 1868년 특허를 받은 첫 기계는 글쇠가 알파벳 순서로 두 줄 놓여 있었습니다. 그 뒤 배열은 여러 번 바뀌었고, 1873년 제조권이 총기 회사 레밍턴으로 넘어가 이듬해부터 판매됩니다. 시프트 키를 처음 단 1878년 레밍턴 2호를 거치며 쿼티가 널리 퍼졌습니다.

교토대 야스오카 고이치·모토코 연구진은 2011년 논문에서 '느리게 치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을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이들이 짚은 사람은 초기 고객인 전신 기사입니다. 모스 부호를 받아 적는 사람은 보내는 사람의 속도를 따라가야 하니, 일부러 느린 자판은 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논문은 배열이 달라진 까닭도 전신에서 찾습니다. 당시 미국식 모스 부호에서 Z는 자주 쓰는 글자 묶음 SE와 헷갈리기 쉬웠습니다. 둘을 구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으니, S를 Z와 E 곁에 두는 편이 받아 적기에 편했다는 설명입니다. S는 지금도 Z와 E에 모두 이웃해 있습니다. 연구진은 쿼티가 여러 요구 속에서 자주 바뀌다가 우연히 지금 모양으로 굳었다고 봅니다. 엉킴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속도를 늦추는 게 목적이었다는 말은 믿지 않아도 됩니다.

![1870년대 레밍턴 1호 타자기. 미국 위스콘신 역사박물관 전시품](https://www.sharehows.com/content/images/2026/11/20261104_------_------_---------.jpg)

1870년대 레밍턴 1호 타자기. 미국 위스콘신 역사박물관 전시품

## 드보락이 더 빠르다는 말도 따져 볼 만합니다

쿼티가 나쁜 자판이라는 이야기에는 대개 드보락 자판이 따라붙습니다. 근거로 자주 드는 1944년 미 해군 실험에서는 드보락으로 다시 훈련한 14명이 쿼티 추가 훈련을 받은 18명보다 나은 결과를 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자 스탠 리보위츠와 스티븐 마골리스에 따르면 이 실험을 이끈 사람이 해군의 동작 연구 전문가이자 드보락 자판 특허권자인 어거스트 드보락 본인이었습니다. 1956년 미 연방조달청(GSA) 실험에서는 쿼티 사용자가 드보락 사용자만큼 빠르거나 더 빨랐다고 합니다. 이 실험을 이끈 담당자가 새 자판에 부정적이었다고 반박하는 쪽도 있어서 논쟁이 끝난 건 아닙니다. 다만 극적인 차이를 입증한 자료는 찾지 못했습니다.

속도를 정말 가르는 건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2018년 핀란드 알토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16만 8천 명의 타자 기록 1억 3,600만 번을 분석했습니다. 평균은 분당 52단어였고, 타자 수업을 들은 사람과 듣지 않은 사람의 속도와 오타 양상은 매우 비슷했습니다. 빠른 사람들은 앞 키에서 손가락을 떼기 전에 다음 키를 누르는 '겹쳐 누르기'(롤오버)를 전체 입력의 40\~70%에서 썼습니다. 자판 배열을 비교한 조사가 아니고 미국 이용자가 많아 한글 타자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자판을 바꾸기 전에 습관부터 볼 이유로는 충분합니다.

## 우리 손가락은 두벌식 위에 있습니다

한국 사용자에게는 한 가지 사정이 더 있습니다. 영어는 쿼티로 치지만 한글은 두벌식으로 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력기 안내대로 왼손이 자음을, 오른손이 모음을 맡는 배열로, 개인용 컴퓨터가 퍼진 1980년대에 표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의 국가표준 KS X 5002 '정보 처리용 건반 배열'은 1982년 6월 17일 제정됐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도 곡절이 있었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1968년 국무총리 훈령으로 정한 타자기 표준은 네벌식이었고, 1949년 공모에서 2등에 오른 안과 의사 공병우의 세벌식은 표준이 되지 못했습니다.

세벌식은 지금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첫소리와 끝소리 키가 달라, '하나로'를 칠 때 화면에서 받침이던 글자가 다음 글자로 옮겨 가는 두벌식의 도깨비불 현상이 없습니다. 다만 두벌식보다 얼마나 빠른지 믿을 만하게 비교한 최근 자료는 이번에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세벌식은 속도보다 구조가 마음에 들 때 고르는 자판으로 권합니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바로 칠 수 있다는 두벌식의 이점도 작지 않습니다. 키보드 자체를 고민 중이라면 [키보드 종류를 정리한 글](https://www.sharehows.com/72596/)이 도움이 됩니다.

오늘은 온라인 타자 연습을 한 번 돌려 보고 속도 대신 오타 수를 세어 보세요. 알토대 연구진도 고쳐 치는 데 드는 비용이 크다며 오타 줄이기를 첫 조언으로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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